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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릭 실리:가넷의 멘토이자 진정한 리더

by 이니웍스 2022. 1. 27.

21번의 남자

번호를 보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선수가 있는 몇 개의 번호가 있다. 23번은 마이클 조던, 41번은 덕 노비츠키, 3번은 앨런 아이버슨 같이 그 번호를 본인의 고유 숫자처럼 만든 선수들이 있다. 21번은 지금은 팀 던컨의 번호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던컨과 가넷의 숫자였다. 둘은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포워드였고 경기 스타일은 달랐지만 각자 리그에서의 상징성과 뛰어난 기량 등 계속 서로 비교되던 NBA의 대표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가넷이 보스턴으로 이적하며 영구결번인 21번을 달 수 없었고 5번을 달고 뛰었는데 이때부터 21번은 마치 던컨의 고유번호처럼 불리어졌다.

가넷은 이때 2번을 달고싶어했지만 이 번호도 영구결번이었던 탓에 5번을 선택했다. 가넷에게는 21번과 2번 모두 큰 의미가 담긴 숫자였다. 그 이유는 그가 어린 시절 가장 존경하던 선수의 등번호가 21번이었기 때문인데 가넷이 존경하던 선수의 이름은 말릭 실리였다.

말릭 실리는 뉴욕 브롱크스 출신이며 세인트 존스 대학교에서 1학년 평균 12.9 득점 6.4 리바운드, 2학년 평균 18.1 득점, 3학년 평균 22.1 득점, 4학년 평균 22.6 득점을 기록하는 주목받는 선수였다. (아직도 세인트 존스 대학의 최고 선수로 남아있다고 한다.) 대학 시절의 활약으로 199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4번으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되었는데 두 시즌 간 크게 활약하지는 못하지만 점점 괜찮은 롤 플레이어가 되어간다. 94년에 마크 잭슨과 트레이드되어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로 이적하게 되는데 이적 후 13 득점, 13.5 득점을 기록하며 득점면에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그가 진짜 주목받은 것은 클리퍼스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이적하면서부터였다.

 

말릭 실리 드디어 가넷을 만나다

1998년 말릭 실리는 미네소타로 이적하게 되는데 이때 그를 우상으로 여기던 가넷이 팀의 중심이었다. 가넷은 실리를 멘토로 삼으며 마치 친형제 같은 사이를 유지했고 실리는 다정하게 후배들을 다독이며 조언을 해주는 라커룸의 리더였다.

비록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코트 안팎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선수여서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가넷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실리에 대해 추억하며 그가 해주었던 말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네가 해야 할 것을 해. 그리고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러면 너 자신에게 자랑스러워질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넷은 모든 사람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가지게 된 계기가 하나씩 있을 것인데 저에게는 실리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거짓말 같은 죽음

2000년 5월 19일 가넷의 그를 포함한 동료들과 지인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했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파티가 끝나고 말릭 실리는 귀가하던 길에 만취상태로 역주행하던 픽업트럭과 충돌하게 되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실리를 누구보다 존경하며 따르던 가넷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긴다.

미네소타 구단은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사용했던 2번을 영구 결번했고 가넷은 오른팔에 실리의 기리는 문신을 새겼다.

그리고 그의 시그니처 슈즈에 2MALIK이라고 추모하는 문구를 넣었으며 그해 펼쳐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실리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넷이 브루클린 시절 2번을 선택한 것도 미네소타 시절 2번이 그의 백넘버였기 때문이었는데 대학시절부터 NBA까지 계속 21번을 사용하던 실리가 2번을 선택한 것은 그가 미네소타로 오면서 가넷의 번호와 겹친다는 이유로 2번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던 친구 같은 그를 떠나보낸 가넷은 생일 때마다 그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길지도 모른다.

그의 친구들은 실리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리는 어디에 가던 누구를 만나던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모두가 그를 사랑했고 그는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았다고.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고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는 사람이라고..

말릭 실리는 늘 따뜻한 사람이었고 본인보다 팀과 주변을 살피는 리더였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3000명의 조문객이 이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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